수시채용으로 바꿨는데 채용은 왜 더 어려워졌을까요?

공채를 접고 수시채용으로 돌린 회사들이 3년쯤 지나 비슷한 말을 합니다. "제도는 바꿨는데 채용은 더 힘들어졌다." 공고는 언제든 낼 수 있게 됐는데, 자리를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줄지 않았고 오히려 늘어난 경우도 많습니다. 제도 탓이 아닙니다. 수시채용으로 바꾼 것은 공고를 내는 타이밍이지, 후보를 찾기 시작하는 타이밍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수시채용은 이미 예외가 아니라 기본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00인 이상 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신규채용 실태조사를 보면, 신규채용 방식으로 '수시채용만 실시한다'는 응답이 54.8%로 가장 높았습니다. 정기공채와 병행이 35.0%, 정기공채만 하는 곳은 10.2%에 그쳤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올해 채용시장의 주요 트렌드 1위는 '직무중심 채용 강화'(72.2%)였고, 신규채용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평가요소도 '직무 관련 업무 경험'(67.6%)이었습니다.
이 세 숫자를 붙여 읽으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채용의 단위가 '기수'에서 '자리'로 내려왔다는 뜻입니다. 기수 단위 채용에서는 한 명이 빠져도 다음 공채가 메워주지만, 자리 단위 채용에서는 그 자리에 맞는 경험을 가진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습니다. 대체 가능성이 사라진 자리를 상시로 열어두는 방식, 그게 수시채용의 실제 얼굴입니다.
그런데 왜 '사람이 없다'는 말은 그대로일까요?
원티드랩이 국내 기업 153곳 인사 담당자에게 물은 2026 채용 트렌드 서베이에서, 2025년 채용에서 느낀 가장 큰 어려움은 '지원자 부족'(42.5%)과 '우수 인재 확보 경쟁 심화'(37.9%)였습니다. 세 번째가 '효과적인 채용 채널 발굴'(26.8%)이었고요. 그리고 기업들이 가장 집중적으로 뽑겠다고 답한 연차는 4년차에서 7년차 구간으로, 절반에 가까운 49.7%가 여기에 몰렸습니다.
한 층에 수요가 이만큼 몰려 있는데 그 층의 사람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보면 답은 단순합니다. 4년차에서 7년차는 커리어에서 쓰임이 가장 분명한 구간이라, 대부분 현재 회사에서 중요한 일을 맡고 있습니다. 이직 사이트를 매일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즉 '지원자 부족'은 시장에 사람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공고를 띄운 그 2주 동안 마침 구직 중이던 사람이 적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채용을 언제 시작했느냐가 후보 풀의 크기를 결정하는데, 대부분의 회사는 그 시점을 스스로 고르지 못합니다. 누군가 사직서를 낸 날이 착수일이 되니까요.
어느 회사가 같은 자리를 두 번 뽑으며 배운 것
재작년에 한 중견 제조사의 품질 담당 팀장 자리를 채운 적이 있습니다. 첫 번째 채용은 퇴사 통보를 받은 다음 날 시작됐습니다. 직무기술서를 새로 쓰고, 승인을 받고, 공고를 띄우고, 지원자를 기다리는 데만 한 달이 갔습니다. 결국 넉 달이 걸렸고 그사이 남은 팀원 한 명이 더 나갔습니다.
이듬해 비슷한 자리가 또 났을 때는 달랐습니다. 1년 전 최종 면접까지 왔다가 조건이 안 맞아 갈라섰던 후보 세 명, 그리고 그때 시장 조사 과정에서 파악해둔 동종 업계 인력 지도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그사이 회사 상황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첫 연락부터 오퍼 수락까지 3주가 걸렸습니다. 같은 회사, 같은 직무, 같은 연봉 테이블이었습니다. 달랐던 건 딱 하나, 그 사람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뿐입니다.
인재풀을 만들라는 말은 왜 늘 실패할까요?
많은 회사가 이 문제의 답으로 '인재풀'을 떠올리고, 지원자 데이터베이스를 쌓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2년쯤 지나 아무도 열지 않는 엑셀 파일이 됩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지원자 데이터베이스는 '한때 우리 공고에 지원했던 사람들'의 명단이지, 시장의 지도가 아닙니다. 우리에게 지원한 적 없는 사람, 지금 다른 회사에서 정확히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거기 없습니다. 정작 뽑고 싶은 4년차에서 7년차 인력의 대다수가 바로 그쪽에 있는데도요.
쌓아야 할 것은 이력서가 아니라 관계와 지도입니다. 우리 업계에서 그 직무를 하는 사람이 몇 명 규모이고, 주요 회사 몇 곳에 어떻게 분포해 있고, 지금 어느 회사가 조직을 줄이고 있고, 최근 6개월 사이 그 직무의 체결 연봉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 이건 지원자를 모아서는 알 수 없고, 그 시장을 계속 들여다보는 사람만 압니다. 헤드헌터를 '자리가 나면 부르는 업체'로만 쓰면 이 정보는 영원히 회사 밖에 남습니다.
그렇다면 내일부터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두 가지를 권합니다. 하나, 지난 2년간 채운 경력직 자리를 놓고 '퇴사 통보일부터 오퍼 수락일까지'와 '공고 게시일부터 오퍼 수락일까지'를 따로 재보세요. 두 숫자의 차이가 회사가 매번 버리는 준비 시간입니다. 대부분 한 달 안팎이 나오고, 이 구간은 전형을 빨리 돌려서는 절대 줄어들지 않습니다.
둘, 지금 당장 채용 계획이 없더라도 핵심 직무 두세 개에 대해서만 시장 현황을 정기적으로 받아보세요. 자리가 났을 때 이력서를 달라고 하는 것과, 평소에 그 직무의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듣고 있는 것은 비용도 결과도 다릅니다. 후자를 해두면 자리가 난 날 회사가 하는 일은 탐색이 아니라 연락이 됩니다. 분야별 전문 헤드헌터와 거래를 트실 때, 첫 요청으로 후보 이력서 대신 '우리 핵심 직무의 시장 지도'를 요청해보시길 권합니다. 그 한 번의 요청이 다음 채용의 착수일을 몇 주 앞당깁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시채용으로 바꾸면 채용 기간이 짧아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전형 자체는 짧아집니다. 그런데 공채처럼 정해진 시작일이 없다 보니, 준비 없이 시작해 직무기술서 작성과 요건 합의에 쓰는 앞 구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줄일 수 있는 건 전형 속도보다 착수 시점입니다.
Q. 자리가 나기 전에 미리 후보를 만나두면 현 재직자에게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채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인물을 대체 후보로 접촉하는 건 위험합니다. 그래서 개인이 아니라 시장 단위로 파악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특정 후보를 찍어두는 게 아니라, 그 직무의 인력이 어디에 얼마나 있고 조건이 어떤지를 아는 수준까지가 적정선입니다.
Q. 최종 면접까지 왔다가 놓친 후보를 다시 연락해도 되나요?
가장 저평가된 채널입니다. 이미 검증이 끝났고 회사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 성사되면 리드타임이 크게 줄어듭니다. 다만 직접 연락하면 거절 당시의 감정이 그대로 소환되기 쉬워, 중간에서 상황 변화를 확인해줄 사람을 두는 편이 성공률이 높습니다.
Q. 합격 통보를 하고도 입사를 포기당하는 일이 잦습니다. 이것도 같은 문제인가요?
연결돼 있습니다. 급하게 시작한 채용일수록 후보가 여러 오퍼를 비교하는 시기에 회사가 가진 정보가 적습니다. 상대 회사가 어디인지, 무엇 때문에 망설이는지를 모른 채 연봉만 올려 부르면 대개 막지 못합니다. 후보의 의사결정 맥락을 아는 채널을 두는 것이 조건을 더 얹는 것보다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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