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을 사람이 없다는 말, 정말 시장에 사람이 없다는 뜻일까요?

채용이 석 달째 안 풀린 회사에 가면 담당자가 꺼내는 말은 거의 똑같습니다. "요즘 시장에 사람이 없어요." 그런데 같은 자리에 지원서는 꾸준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면접도 몇 번 봤습니다. 다 떨어뜨렸을 뿐입니다.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통과하는 사람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른 문제인데 회의실에서는 같은 문장으로 보고됩니다.
지원자가 없는 걸까, 통과하는 사람이 없는 걸까?
숫자로 보면 구별이 선명해집니다. 사람인 HR연구소가 기업 317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채용 결산 조사에서, 그해 직원을 채용한 기업의 80.4%가 연초 계획한 인원만큼 뽑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중요한 건 그 이유입니다. 1위는 '지원자 중 적합 인원 부족'으로 51.7%였고, '지원자 부족'은 15.4%에 그쳤습니다. 충원에 실패한 회사 열 곳 중 다섯 곳은 사람이 안 와서가 아니라 온 사람을 못 써서 실패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대응책은 공고 문구를 다듬거나 채용 플랫폼을 하나 더 늘리는 쪽으로 갑니다. 유입을 늘리는 처방으로 판별 기준의 문제를 풀려는 셈입니다.
'적합한 사람이 없다'는 진단은 왜 계속 맞아떨어질까?
이 진단에는 스스로를 강화하는 구조가 있습니다. 면접에서 한 명을 떨어뜨릴 때마다 담당자는 우리 기준이 옳다는 확신을 조금씩 더 얻습니다. 탈락이 쌓일수록 결론은 '역시 시장에 사람이 없다'로 굳어집니다. 그런데 탈락 사유를 한 줄씩 꺼내놓고 보면 성격이 다른 두 종류가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는 실제로 역량이 못 미친 경우. 다른 하나는 역량은 맞는데 연봉이 안 맞거나, 요구한 경험 조합 중 하나가 비어 있던 경우입니다. 뒤쪽은 후보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요건표의 문제입니다. 제조 기반 회사가 B2C 그로스 경험까지 요구하고, 8년차 연봉 테이블에 12년치 이력을 붙여놓고, 그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식입니다.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라, 존재하지만 이미 다른 값에 팔려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이 지점을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에이치닷이 25개 업종 HR 담당자 212명에게 물은 2025년 하반기 조사](에서, 인재 확보를 위해 가장 개선하고 싶은 영역 1위는 '조직 적합도를 판단할 수 있는 평가 기준과 데이터 확보'(59%)였습니다. 채널이나 예산이 아니라 기준이었습니다. 바로 뒤를 이은 답이 '적합한 인재가 있는 채널 발굴'(58.5%)이었고요. 담당자들 스스로 무엇을 보고 뽑을지와 어디서 찾을지, 두 가지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고 답한 것입니다.
어느 기업이 요건표 한 줄을 지우고 두 주 만에 채운 자리
작년에 의뢰받은 중견 소비재 기업의 데이터 분석 팀장 자리가 그랬습니다. 여섯 달 동안 공고를 세 번 갱신했는데 최종 합격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요건을 받아보니 SQL과 파이썬은 기본이고, 소비재 도메인 경험, 그리고 대시보드 구축부터 조직 리딩까지 전부 적혀 있었습니다. 시장에서 그 조합을 다 갖춘 사람의 연봉대를 뽑아 회사 제시안과 나란히 놓아드렸습니다. 1,500만 원 가까이 벌어져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대표가 물었습니다. "그럼 뭘 빼야 하나요?" 저희가 제안한 건 도메인 경험이었습니다. 소비재 데이터를 다뤄본 적은 없지만 유사한 구매 주기 데이터를 다룬 사람이라면 석 달이면 따라붙는다는 판단이었고, 반대로 조직을 이끌어본 경험은 단기간에 메울 수 없다고 봤습니다. 요건표에서 그 한 줄을 지우자 후보군이 세 배로 늘었고, 2주 만에 두 명이 최종 면접에 올라갔습니다. 시장에 사람이 없던 게 아니라, 회사가 찾던 사람의 정의가 시장에 없었던 것입니다.
요건을 낮추라는 말인가요?
아닙니다. 눈높이를 낮추는 것과 요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다릅니다. 대부분의 채용 요건표는 팀 전체의 위시리스트를 모아 쓴 문서라, 한 사람에게 두 사람 몫이 적혀 있는 채로 공고로 나갑니다. 필요한 작업은 항목을 지우는 게 아니라 줄을 세우는 것입니다. 입사 첫 6개월 안에 반드시 혼자 해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적고, 그것을 못 하게 만드는 결격 요건만 남긴 뒤, 나머지는 '있으면 좋음'으로 내리는 방식입니다. 이 작업을 하고 나면 후보군은 넓어지는데 판단 기준은 오히려 또렷해집니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까?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입니다. 최근 6개월간 면접에서 탈락한 후보들의 사유를 모아 '역량 미달'과 '조건 불일치'로 나눠보는 것. 후자가 절반을 넘는다면 그건 채용 실패가 아니라 가격표를 모르고 협상에 들어갔다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요건표를 다시 펼쳐, 시장에서 그 조합을 모두 갖춘 사람이 실제로 몇 명이고 지금 얼마를 받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 두 번째 작업이 혼자서는 어렵습니다. 회사 안에는 우리 요건에 맞는 사람의 시장가를 알려줄 데이터가 없기 때문입니다.
경력 채용이 점점 능동적으로 바뀌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같은 에이치닷 조사에서 경력 채용의 경우 사내 추천, 채용 대행사와 헤드헌터, 다이렉트 소싱의 활용률이 신입 채용에 비해 1.6배에서 3배까지 높게 나타났습니다. 공고를 띄워 기다리는 방식만으로는 경력직을 채우기 어렵다는 걸 시장이 이미 학습한 결과입니다. 헤드헌터에게 자리를 맡길 때 가장 먼저 받아야 할 것도 후보 이력서가 아니라 시장 현황입니다. 우리가 적어둔 요건으로 접근 가능한 후보가 몇 명이고, 그들이 지금 어떤 조건에 있는지. 그 답을 먼저 듣고 나면 요건표가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야별 전문 헤드헌터에게 채용을 의뢰하기 전에, 먼저 우리 요건이 시장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조합인지부터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원자는 꾸준히 들어오는데 계속 탈락시키고 있습니다. 무엇부터 봐야 하나요?
탈락 사유를 두 갈래로 나눠보세요. 역량이 실제로 못 미친 경우와, 역량은 맞는데 연봉이나 근무 조건에서 어긋난 경우입니다. 후자가 많다면 후보 풀이 아니라 제시 조건과 요건 우선순위를 점검해야 합니다.
Q. 채용 요건을 줄이면 사람을 잘못 뽑게 되지 않을까요?
줄이는 것과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다릅니다. 입사 첫 6개월에 혼자 해내야 할 일을 기준으로 필수 요건만 남기고 나머지를 후순위로 내리면, 후보군은 넓어지면서 평가 기준은 오히려 명확해집니다.
Q. 우리 요건에 맞는 사람의 시장 연봉은 어떻게 확인하나요?
채용 플랫폼의 공개 연봉 정보는 범위가 넓어 참고치 수준입니다. 실제로는 같은 직무를 최근에 이동시킨 헤드헌터가 체결된 조건을 알고 있어 훨씬 정확합니다. 의뢰 전 시장 현황 리포트를 요청하면 대부분 응합니다. 수수료 구조가 궁금하다면 헤드헌터 수수료, 누가 얼마나 낼까를 참고하세요.
Q. 공고를 여러 플랫폼에 더 뿌리면 적합한 지원자가 늘어날까요?
유입은 늘지만 구성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지금 구직 중인 사람에게 더 많이 노출되는 것이지, 회사를 옮길 생각은 있어도 공고를 찾아보지 않는 사람에게 닿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력 채용에서 다이렉트 소싱과 헤드헌팅 활용률이 신입 채용보다 훨씬 높은 이유가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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