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경력직 자리는 왜 공고에 없을까? 비공개 채용이 움직이는 방식

이직을 마음먹은 사람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채용 사이트를 여는 것입니다. 공고를 훑고, 조건이 맞는 자리에 이력서를 넣습니다. 합리적인 순서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오래 사람을 연결해 온 입장에서 보면, 이 방식에는 넓은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정작 좋은 경력직 자리의 상당수는 그 공고판에 올라오지 않습니다.
숫자로도 드러납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상위 500대 기업을 조사한 '2024년 하반기 기업 채용동향조사'에서, 경력직을 헤드헌팅으로 채용한다는 응답은 81.9%로 공개 채용공고(83.7%)와 거의 대등했습니다. 신입 채용에서도 헤드헌팅 활용이 61.2%에 달했습니다.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사람을 기다려서 뽑기보다 찾아나서 뽑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왜 좋은 자리일수록 공고를 내지 않을까?
핵심 포지션일수록 공개가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신사업을 이끌 임원을 뽑는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회사의 전략입니다. 공고로 내걸면 경쟁사가 먼저 읽습니다. 현직자가 아직 자리에 앉아 있는데 그 자리를 대체할 사람을 찾는 경우라면, 공개 채용은 아예 불가능합니다. 지원자가 수백 명 몰렸을 때 이를 걸러낼 시간과 인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자리는 조용히, 아는 통로를 통해 움직입니다.
여기서 흔한 착각 하나를 짚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채용 공고가 많이 뜨는 산업은 채용이 활발하고, 공고판이 조용한 산업은 사람을 안 뽑는다고 읽습니다. 현장 감각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공고 수와 실제로 도는 좋은 기회의 양은 비례하지 않습니다. 어떤 업계는 공개된 자리는 몇 개 없는데 물밑에서 임원과 실무 허리가 계속 자리를 옮깁니다. 공고판만 보고 "여긴 채용을 안 하네"라고 판단한 사람은, 사실 시장이 가장 활발하게 돌아가는 순간을 통째로 놓친 셈입니다.
비공개 채용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나?
한 소비재 기업에서 마케팅 실장 자리를 의뢰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회사는 그 포지션을 단 한 번도 공고로 낸 적이 없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아직 재직 중이었고, 회사는 조용히 후임을 찾은 뒤 교체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조건에 맞는 후보 세 명을 추려 개별적으로 접촉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마침 이직을 저울질하던 사람이었는데, 자기 업계에 그런 자리가 열려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습니다. 어느 채용 사이트에도 없었으니까요. 결국 그가 그 자리로 갔습니다. 만약 그가 공고만 들여다보며 이직을 준비했다면, 커리어에서 가장 좋았던 그 기회는 존재조차 모른 채 지나갔을 것입니다.
이런 일은 예외가 아니라 경력직 시장의 기본 작동 방식에 가깝습니다.
공고만 보는 구직자는 무엇을 놓치나?
간단히 말하면 시장의 절반입니다. 비공개로 도는 자리에 접근하려면 그 자리를 아는 사람과 연결돼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력직에게 그 통로는 헤드헌터입니다.
이 흐름은 일시적 유행이 아닙니다. 인크루트 셜록N이 인사담당자 29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91%가 앞으로 헤드헌팅을 통한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고, 이미 헤드헌팅으로 사람을 뽑아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53.1%였습니다. 오해하기 쉬운 지점은 여기입니다. 비공개 채용을 임원급만의 이야기로 여기는 것이죠. 같은 조사에서 헤드헌팅으로 가장 많이 채용된 직급은 임원이 아니라 과장급(58.4%)이었습니다. 조직의 허리, 즉 3년차에서 10년차 사이의 실무자야말로 물밑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
당장 이직할 생각이 없더라도, 자기 분야 헤드헌터와 연결 채널을 미리 열어두는 편이 유리합니다. 좋은 자리는 열렸을 때 며칠 안에 후보가 정해집니다. 그때 연락받을 수 있는 사람 명단 안에 들어가 있느냐 아니냐가 기회의 유무를 가릅니다. 지원해서 얻는 자리와 제안받아서 얻는 자리는 협상의 무게부터 다릅니다.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공고 지원과 별개로 자기 산업을 잘 아는 헤드헌터에게 먼저 이력서를 접수해 두세요. 둘째, 이직 의사가 확실하지 않아도 시장가와 자기 위치를 물어보는 대화 정도는 열어두는 게 좋습니다. 셋째, 프로필을 검색 가능한 상태로 관리하세요. 헤드헌터가 후보를 찾을 때 발견되지 않으면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재직 중이라 조심스럽다면, 후보자 개인정보를 보관하지 않고 연결 통로 역할만 하는 분야별 전문 헤드헌터 찾기부터 살펴보세요. 가장 좋은 자리는 지원하는 자리가 아니라 제안받는 자리입니다. 그 제안이 오게 만드는 준비는 이직을 결심한 다음이 아니라 지금 시작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비공개 채용은 임원급만 해당되나요?
아닙니다. 조사에서 헤드헌팅으로 가장 많이 채용된 직급은 과장급(58.4%)이었습니다. 대리급과 차장급이 그 뒤를 이었고, 임원급은 오히려 소수였습니다. 실무 경력 3년차에서 10년차 사이가 비공개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Q. 헤드헌터에게 먼저 연락해도 되나요?
됩니다.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다가 연락하는 것보다, 미리 이력서를 접수해 두는 편이 훨씬 유리합니다. 첫 연락부터 연봉 협의까지의 흐름은 헤드헌터 통해 이직하는 법 A to Z에 자세히 정리해 두었습니다.
Q. 재직 중인데 헤드헌터와 상담하면 회사에 알려지나요?
정상적인 절차라면 후보자 동의 없이 신원이 공개되지 않습니다. 개인정보를 서버에 보관하지 않고 연결 통로 역할만 하는 플랫폼을 이용하면 노출 위험을 더 줄일 수 있습니다.
Q. 비공개로 오는 자리는 연봉이 더 높나요?
자리 자체가 무조건 높은 연봉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협상 구도가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이 먼저 특정 후보를 원해서 접촉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헤드헌터를 통한 채용의 비용 구조가 궁금하다면 헤드헌터 수수료, 누가 얼마나 낼까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