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진 신입 채용문과 경력직 프리미엄

얼마 전 만난 8년차 백엔드 개발자는 두 달 사이 이직 제안을 세 번 받았다고 했다. 헤드헌터의 스카우트 메일이 아니라, 이미 서류를 넣어둔 회사 세 곳에서 나란히 오퍼를 던진 상황이었다. 몸값을 부르는 쪽은 회사가 아니라 그였다.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구도라고 그는 말했다. 실력이 갑자기 좋아진 게 아니다. 시장의 문이 바뀐 것이다.
신입은 왜 이렇게 안 뽑을까?
한국은행이 발표한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사다리와 대응과제' 이슈노트에 따르면, 전체 신규채용에서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팬데믹 이전(2014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36.9%에서 최근(2024년부터 2026년까지)은 29.3%로 떨어졌다. 최근 4년간(2022년 6월부터 2026년 6월까지) 사라진 청년층 일자리 28만5천 개 가운데 94%에 해당하는 26만8천 개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집중적으로 줄었다. 정보서비스업이 31.4%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기업이 신입을 뽑아 가르치는 대신 즉시 투입 가능한 경력직을 택하는 흐름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AI가 사회 초년생이 하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그 흐름에 가속이 붙었다.
AI가 일자리를 없앤 걸까, 순서를 바꾼 걸까?
여기서 흔히 하는 오해가 하나 있다. AI 때문에 화이트칼라 일자리 자체가 통째로 줄어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같은 보고서를 자세히 보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AI 고노출 업종에서 청년 일자리가 줄어드는 동안, 같은 업종의 50대 고용은 오히려 17만3천 개 늘었다. 한국은행은 이를 '연공편향 기술변화'라고 부른다. AI가 숙련도 낮은 초년생의 업무는 대체하지만, 경험 많은 사람의 판단력은 오히려 보완한다는 뜻이다. 업종별로도 차이가 뚜렷했다. AI가 업무를 통째로 처리하는 '자동화' 방식을 쓰는 업종은 청년고용 감소폭이 컸고, 사람 업무를 거들어주는 '증강' 방식을 쓰는 업종은 감소폭이 제한적이었다. 정리하면 AI는 일자리를 균일하게 없애는 게 아니라, 검증된 경험치가 있는 쪽으로 기회를 몰아주는 재배치 장치에 가깝다.
왜 어떤 5년차는 오퍼를 세 개나 받았을까?
작년 말 만난 한 후보자는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5년째 백엔드를 맡고 있었다. 이직 의사를 밝히자마자 두 회사에서 동시에 면접 일정을 잡았고, 한 곳은 최종 면접 전부터 희망 연봉을 먼저 물었다. 3년 전 같은 연차로 이직을 도왔던 후보자와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속도였다. 당시엔 서류만 두세 주를 기다려야 했다. 차이를 만든 건 그의 경력이 늘어난 게 아니라, 같은 연차의 검증된 인력 자체가 시장에 덜 나온다는 사실이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신입을 뽑아 3년, 5년 키워낼 여력을 줄인 채로 몇 년을 보낸 결과, 지금 당장 투입 가능한 3년차에서 7년차 사이의 인력을 서로 데려가려는 경쟁이 붙은 셈이다. 이 구간에 있는 후보자에게는 지금이 협상 테이블에서 가장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기다.
이 프리미엄엔 유통기한이 있을까?
한국은행 연구진조차 이 흐름을 낙관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신입 공백이 당장 티가 나지 않을 뿐, 몇 년 뒤에는 그 자리를 채웠어야 할 중간관리자층이 비게 된다는 경고다. 이건 한국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이력서 작성 플랫폼 resume.org가 미국 기업 리더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응답 기업의 21%가 이미 AI 도입을 이유로 신입 채용을 동결했고, 36%는 2026년 말까지 신입 채용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2027년에는 47%가 신입 직책 자체를 없앨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 3년차에서 7년차가 누리는 몸값은 실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다음 세대를 훈련시키지 않은 기업들이 만든 일시적인 공급 부족 프리미엄이다. 그리고 이런 프리미엄은 신입 채용 정책이 바뀌거나, 지금의 경력직들이 연차를 더 쌓아 공급이 채워지는 순간 조용히 사라진다.
지금 무엇부터 해야 할까?
이 구간에 있는 개인이라면 지금의 유리함을 관망하며 흘려보낼 이유가 없다. 다음 오퍼를 기다리기보다, 지금 나와 같은 연차의 후보자가 시장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부터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헤드헌터는 여러 기업의 실시간 처우 기준을 동시에 들여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이 확인을 가장 빠르게 할 수 있는 창구다. 기업 입장이라면 반대로 움직여야 한다. 공고를 올려놓고 지원자를 기다리는 방식은 지금 같은 공급 부족 국면에서 점점 힘을 잃는다. 좋은 3년차에서 7년차는 이미 여러 군데서 동시에 러브콜을 받고 있어서, 공고가 그들 눈에 띄기도 전에 채용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 헤드헌터를 통한 채용이 갖는 의미는 이 지점에서 커진다. 공고 밖에 있는, 지금 움직일 의사가 있는 소수를 먼저 찾아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금 이직하면 유리한가요, 아니면 AI 때문에 불안정한 시기라 피해야 하나요? 연차와 직무에 따라 다르지만, 3년차에서 7년차의 검증 가능한 경력직이라면 지금은 공급이 부족한 매도자 시장에 가깝습니다. 다만 이 유리함이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어서, 관망보다는 지금 시장 대우를 확인하고 움직이는 편이 유리합니다.
Q. 저는 신입이 아니라 3년차인데, 이 이야기가 저와도 관련이 있나요? 오히려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구간입니다. 신입 채용이 줄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는 건 이미 어느 정도 검증된 3년차에서 7년차이기 때문에, 이 구간의 몸값과 이직 기회가 먼저 움직입니다.
Q. 이 경력직 우위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정해진 시한은 없지만,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다시 늘리거나 지금의 경력직들이 연차를 더 쌓아 공급이 채워지면 프리미엄은 줄어듭니다. 한국은행도 지금의 흐름이 몇 년 뒤 중간관리자층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만큼, 장기간 지속을 전제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Q. 기업 입장에서는 이 흐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공고를 올리고 기다리는 방식만으로는 검증된 경력직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헤드헌터 같은 네트워크를 통해 이직 의사가 있는 후보자를 먼저 찾아 나서는 방식과, 장기적으로는 신입을 다시 키워 중간관리자층 공백을 예방하는 투자를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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